너무 좋았던 펜션..

지붕을 보고 하늘을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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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서 침실이 아라실라의 영역이고, 집무실이 데미안의 스타토토사이트 것은 암묵적으로 정해진 규칙이었다.

서로 어지간하면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았는데. 데미안이 제 공간에 아라실라가 쓸 책상을 둔다고 하니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진심이에요?”

“그럼 거짓이겠습니까. 같은 일을 하면서도 따로 떨어져 시간을 낭비하느니, 롤토토사이트 공유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의외라는 듯 묻는 말에 데미안은 담담하게 답했다.

하지만 사실 그도 꽤 많이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혼자인 게 익숙하기는 아라실라보다 데미안이 더하니까.

다만 사업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나는 일도 아니고, 적당히 타협하여 서로의 편의를 도모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혹시 부인이 싫으신 거라면 말씀하십시오. 지금이라도 주문을 취소하겠습니다.”

“아뇨, 뭐……. 저도 괜찮아요. 같이 일해요.”

침실엔 테이블은 있을지언정 따로 책상은 없기에 내심 불편했던 아라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은 사흘 후에 도착했고, 그날 저녁부터 두 사람은 데미안의 집무실에 모여 함께 일하게 되었다.

아라실라는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찬찬히 집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롤베팅 여러 번 와 본 곳이지만 ‘남의 공간’과 ‘우리의 공간’은 주는 느낌이 달랐다.

딱 필요한 물건만 놔 둔 깔끔한 집무실에서 이질적인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라실라가 친히 직접 걸어 둔 시들지 않는 화관이고, 나머지 하나는 데미안 자리의 대각선상에 놓인 아라실라의 책상이었다.

마호가니로 만들어진 책상은 크고 넓었다. 전체가 깔끔하게 흰색으로 도색 된 데다, 모서리와 롤배팅 앞부분은 금으로 장식되어 고급스러웠다.

흑단 나무로 만들어진 데미안의 책상과 색만 다를 뿐 생긴 건 거의 비슷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은 가구들로 꾸며진 집무실 안에서 새하얀 책상이 뽐내는 존재감이 커서 눈에 띌 뿐이다.

자신의 취향까지 고려해 꽤나 신경 써서 주문한 모양새라 아라실라는 괜히 책상 윗면을 손으로 한번 쓸어 보았다.

‘하필이면 여기와 어울리지 않는 물건 두 개 다 나와 관련 있네.’

데미안은 기본적으로 타인을 제 공간에 들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물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저와 관련 있는 물건이 이렇게 떡하니 놓여 있고, 저 자신도 그 안에 들어와 있다 보니.

마치 자신만이 그의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인정받은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데미안, 일하는 데 제 존재가 불편하거나 방해되면 말해요.”

“그럼 자리를 비켜 주시기라도 할 겁니까? 굳이 그런 배려는…….”

“아니요? 당신을 내보낼 건데요.”

아라실라가 무슨 소릴 하냐는 듯 데미안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스타베팅 가볍게 두드리며 덧붙였다.

“이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러니 불만 있는 사람이 나가도록 해요, 우리.”

“……부인, 여기가 제 집무실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으시죠?”

“쪼잔하게 그러지 말아요. 그럴 거면 저를 여기 들이지 말았어야죠. 들이는 건 데미안 마음일지라도 나가는 건 제 마음이에요.”

당당한 발언에 데미안이 헛웃음 섞인 미소를 흘렸다. 어이가 없긴 한데 그게 아라실라다워서 기분 나쁘기보단 못 말리게 웃겼다.

그가 손으로 눈가를 짚으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아무래도 제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 호랑이를 롤드컵토토 봅니다.”

“제가 눈빛이 호랑이 같다는 소리를 종종 듣긴 하죠.”

어깨를 으쓱이며 받아친 아라실라가 책상 앞에 앉아 업무 자료와 여러 문구를 착착 정리했다. 데미안 롤토토 읽고 있던 서류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 모인 학생들처럼 조용히 업무를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종이가 넘어가고 펜이 움직이는 소리 사이로 서로의 미약한 숨소리가 섞여들었다.

한정된 공간에 단둘이 있어서 그럴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서로의 존재가 은근히 계속 신경 쓰였다.

데미안은 서류를 보다가도 힐끔힐끔 아라실라를 쳐다보며 괜스레 나오려는 헛기침을 참기 위해 물을 마셨다.

그리고 아라실라는 괜히 자꾸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의자가 드르륵 끌리는 소리마저도 거슬려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데미안이 또 아라실라를 흘긋이고, 아라실라가 슬쩍 그를 쳐다봤을 때 시선이 마주쳤다.

그저 눈 한번 마주한 것뿐인데 서로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흠칫 놀랐다.

“큼, 크음.”

“…….”

데미안은 헛기침하며 눈을 피하고, 아라실라는 반대편 머리를 스타토토 척 고개를 돌렸다.

이후 두 사람 다 한동안 누가 마법이라도 건 것처럼 부동의 자세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 * *

한 공간에 있는 서로를 의식하는 건 며칠도 가지 못했다. 두 사람은 어느새 상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여겼고 주말에도 데미안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러니 좋은 점은 굳이 시간을 내어 식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다 보니 끼니든 야식이든 같이 먹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두 사람이 집무실에 모이는 시각은 매일 달랐다. 각자의 퇴근 시간에 차이가 있어서였다.

보통 평일에 귀가 시간이 늦는 건 아라실라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오늘은 반대였다.

다소 늦은 시간에 집무실로 들어서던 데미안이 책상 앞에 앉아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아라실라를 보고 살짝 놀라 눈을 키웠다.

“왔어요, 데미안?”

“네. 그런데 그 안경은 뭡니까?”

오뚝한 콧잔등에 얹힌 검은색 뿔테 안경에 시선을 고정하며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의아하게 물었다.

지금껏 한 번도 아라실라가 안경을 쓴 걸 본 적이 없다 보니 약간 낯설었다.

“아, 이거요? 알 없이 테만 있는 거예요.”

아라실라가 안경을 벗어 손가락을 통과시켜 보였다. 데미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알이 없는데, 왜 쓰고 계십니까.”

“왠지 안경을 쓰면 집중이 더 잘되거든요. 아카데미 때도 시험 기간에는 쓰고 공부했어요.”

아라실라가 다시 안경을 썼다. 고작 검은 뿔테 하나 얹었다고 화려한 인상이 살짝 죽으면서 순박하고 유순한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계속 눈길이 가서 데미안은 그녀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책상으로 걸어가며 대꾸했다,

“그렇습니까. 저로선 잘 모르겠군요. 안경이 걸리적거려서 오히려 집중력이 저하될 것 같습니다.”

“프레드릭이랑 똑같은 소리를 하네요. 생각보다 별로 안 불편한데.”

아라실라가 무심결에 프레드릭을 언급했다. 정말로 아카데미 때 그에게 들은 말이 방금 데미안이 한 말과 비슷해서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것이었다.

의자를 빼내던 데미안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동시에 표정은 미묘해졌다.

남편의 말에서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부인이라. 진짜 부부였다면 굉장히 서운했을 일이고, 계약 부부에게는…….

“황태자 전하 앞에서 안경을 자주 쓰셨나 봅니다.”

묘하게 신경 쓰이는 일이라 데미안은 툭 던지듯 말을 내뱉었다.

“뭐, 폴라랑 셋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아라실라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딱히 프레드릭과의 추억이 특별해서 그의 이름이 곧장 나온 건 아니라는 듯이.

문득 제가 괜한 말을 했다는 자각이 든 데미안이 입을 다물었다. 아라실라와 프레드릭이 친구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이러는 게 우스웠다.

데미안이 조용해지자 이번엔 아라실라가 입을 열었다.

“데미안, 전부터 궁금했는데요. 당신은 평소에 여기서 어떻게 자요?”

집무실은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쓸모없는 물건은 싹 치워 놨기에 몸을 누일 곳이라곤 크고 딱딱한 검은색 소파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집무실과 연결된 휴식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라, 아라실라는 대체 그가 어떻게 자는지 궁금해졌다.

“바닥에 이불 깔고 자는 건 아니죠?”

“그냥 소파에서 잡니다.”

“저 소파에서요? 안 불편해요?”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더 불편한 곳에서도 자 봐서 상관없습니다.”

데미안이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한 무리의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이었고, 수없이 많은 고난과 행군을 거치는 동안 잠자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말마따나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가 정말로 괜찮다는 걸 알아차린 아라실라의 말문이 막히면서 대화는 애매하게 끝났다.

그래도 불편하긴 할 텐데. 그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찰나일 뿐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업무에 집중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그러다, 목에 뻐근함을 느낀 데미안이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러다 무심코 아라실라 쪽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너무 고요하다 싶더니 이유가 있었군.’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아라실라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 고른 숨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창문을 통해 쏟아진 달빛이 아라실라의 얼굴을 희게 비추었다. 불편하게 안경도 벗지 않고 잠든 걸 확인한 데미안이 미간을 좁혔다.

저렇게 안경을 쓰고 자다가 눈이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낮게 혀를 찬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라실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바닥을 쫙 펴면 가려질 작은 얼굴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안경을 대신 벗겨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이 뿔테 안경에 툭 닿는 순간, 아라실라가 기습적으로 그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

아직 잠기운이 덜 가신 푸른 눈이 멍하니 데미안을 올려다보았다. 데미안은 손목이 붙잡힌 채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서로 눈을 맞춘 상태로, 아라실라가 붉은 입술을 느리게 열었다.

“침실로 갈래요?”

“……예?”

데미안이 한 박자 늦게 반문했다. 아라실라는 그의 손목을 붙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며 재차 말했다.

“같이 침실로 가자고요.”

“무슨…….”

당황한 그가 아라실라의 손을 휙 뿌리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두 귀가 활활 불타오르는 듯 순식간에 새빨개진 채였다.

데미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라실라는 크게 하품하며 몸을 똑바로 일으켰다.

“왜 그래요, 가기 싫어요?”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경계심 가득한 질문에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린 아라실라가 선선한 말투로 답했다.

“무슨 의도긴요. 집무실 소파에서 불편하게 자지 말고 좀 더 편하게 자라는 거였죠.”

“…….”

“침실 소파가 더 푹신하잖아요.”

쓸데없는 배려심이 묻어 나오는 말에 데미안은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손바닥으로 눈가를 쓸어내렸다. 그새 잠이 좀 깬 아라실라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부인은 언행에 조심성이 좀 없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웬 시비예요?”

“정말로 단순 시비일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라실라가 황당하고 불쾌한 얼굴로 진지하게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데미안은 비척비척 자리로 돌아가 피곤한 낯으로 하던 업무를 이어 갔다.

한편 한참을 고민한 아라실라는 뒤늦게 본인의 발언이 상당히 미묘한 뉘앙스를 띨 수도 있다는 걸 깨닫고 말했다.

“저도 전부터 생각한 건데, 데미안은 좀 엉큼한 것 같아요.”

“……헛소리할 거면 가서 주무십시오.”

“본인이 불리해지니까 보내려 그러네.”

새침한 아라실라의 대꾸에 데미안은 반박하지 못했다.